완장
부모님께서
곤궁하게 사셨거든요
말 그대로
뭐가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리저리 공장으로 전전했는데
잘 버티지 못하고
수틀리면 때려치고, 때려치고,
이런저런
좋지 않은 일만 겪다보니
소년원에 가게되고
결국 사람구실 못할 놈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졌지요
우연찮게
노조가 활성화 된 곳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얘기를 주워듣다 보니
사용자는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하고
노동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뭇소리 못하고
착취당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노조위원장이 되자
'아닌건 아니다' 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했죠
주변에서 자문 받고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사용자에게
건의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대거리한 것이 먹혀들어
노조사무실 확보,
화장실 보수 및 샤워장 설치,
피복비 및 체력단련장 등,
복지에 대한 예산을 따 내고
단체행동을 통해
임금인상을 합의함으로써
동료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되었어요
전국적인 임금 투쟁 으로
서울로 집합했을 때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며
삭발의 대열에 합류하는 순간
투사가 되었지요
위상이 달라졌어요
선거철이 되면 정치 쪽이나
이익단체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끗발 있는 사람들과 안면을 트자
소소한 것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생겼지요
눈치봐가며
줄도 잘서야 겠지만
강하게 어필해야
먹힌다는 것을
터득한 거지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떻게 하든
역할을 해보려 해요
영양가 있다고 판단한
스폰서가 여럿 있거든요
어차피
가진 게 없으니까
잃을 것도 없다는 게 신념이죠
완장만 차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