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호구지책

중앙운동구상사 2013. 3. 8. 00:23
728x90

호구지책

 

 

 사는 게 기가 막히네요

 

 경비한다고 큰소리치던

신랑이 얼마나 다녔다고

주민하고 싸움질하고 

그만 둬 버렸어요

 

 다니던 식당도

월급이 잘 안 나와서

아는 사람이 하던 식당

인수해서 혼자 살살 했는데

손님이 제법 있어

슬그머니 욕심이 나데요

 

 캐피탈에서 대출받아

시설 조금하고

서빙 아줌마 두고 했는데

월급 주고 집세

전기세  캐피탈 이자

내기 시작하자

 

 빚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생활비는 생활비대로 들어가고

걷잡을 수 없이 빚이 늘어나

1년 만에

사채가 천만원이 넘어버렸어요

 

 원금은커녕 이자주기도

어려워진 거지요

연탄불 피워 놓고

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끔 오던 손님인데

같이 술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술김에 하소연하다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어요

 

 홀애비고

마누라가

죽었는지 도망갔는지는

끝까지말을 안하는데

깻잎농사 짓고

땅도 조금 있다 하데요

 

 뜻밖에

빚을 갚아 줄 테니

용기 잃지말고

살아보라는 거예요

 

 "세상에 진짜

큰 은인을 만났어요"

 

 그래서 안 죽고 식당

정리하고 빚 갚았어요

그런데 뭐래도 해야

먹고 살거 아니에요

신랑은 술값 내놔라 지랄하고

 

 학교 앞에서 과일쥬스 파는데

그것도 신통치 않네요

오늘도 탁탁 털어

일수 끊어주고 돈 한 푼 없는데

홀아비한테서 전화가 왔네요

 

 중매선다해도 마다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이 와요

차를 가지고 나오는데

오늘은 술 마셨다고

마을 입구까지 택시로 오라네요

 

 그만 만나야 하는데,

그만 만나야 하는데,

 

 후렴구처럼 내뱉으며

기다리고 있는 트럭에 올라탑니다

 

 

어둠이 짙어져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728x90

'[사람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일담  (0) 2013.03.13
호연지기  (0) 2013.03.10
재혼준비  (0) 2013.03.02
  (0) 2013.02.23
의리  (0) 201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