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원수지간

중앙운동구상사 2014. 8. 3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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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지간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

대전역 근처에서 식당을 하면서

우리 삼남매를 키웠어요

 

 나이 드시고는

시내외곽에

땅을 사서 농사를 지으셨지요

 

 결혼하고 살림만 하다가

아버지 땅이 외곽이긴 하나

큰 도로에 물려있고

근처에 버스 종점이 있어

 

 옛날 상호 그대로 쓰고

메뉴도 우동 짜장 기본에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국밥으로 하고

 

 옛날사진 

몇 장 확대해서

걸어놓고

인테리어 대충해서 개업했어요

 

 처음에는 인건비도

안 나와 고전했는데

 

 고단했던 시절  먹던음식과 

고향에대한 향수가

감흥을 자아내고

 

 냉면 육수 제대로 하고

양을 넉넉하게 담고

고명으로

계란 지단, 닭고기, 오이채를

푸짐하게 얹어서

싸게 파니까

 

 소문에 소문이 이어져

한여름에는 줄 서서

기다리는 번호표가

50번이 넘을 때가 다반사였어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더니

사업하던 오라버니가

부도가 나면서

백수가 되었어요

 

어차피 사람 쓸려면 네 오빠 써라

아버지의 권유도 있고

형제애도 있고 해서

 

 주방일 시키고

올케는

홀 서빙을 했어요

 

 한 삼년 지났어요

어머니 제사여서

온 가족이 모인 자리인데

 

 오라버니께서 

이거 말이 안 떨어지는데

내가 아직 빚이 남아 있어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러는데

여기다 조립식 건물 짓고

독립하면 안 되겠냐? “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메뉴로

따로 장사한다는 것이 말이나 돼?

지나가던 동네 개도 웃을 일이네

그건 경우가 아니지 오빠

 

 아버지께 항의했어요

 

글쎄 네 말이 틀림은 없는데

큰놈이 다른 곳으로 나갈 능력은 안 되고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다

그냥 가는 것만 놓치지 않아도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3년만 벌어서 나간다고 하니 어쩌겠냐"

 

 "네가 양보해라"

 

 아버지 땅이어서

내가 나갈 수도 없고

한 지붕 두 식당이 되었어요

 

 더 기가 막힌 것은

올케가 손님들에게

여기가 진짜 원조다

아들이 하는 곳이다

옆집은 딸들하고 사위가 하는 것이라

정통이 아니다

선전하네요

 

 아이구 스트레스 받아서

살찌는 것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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