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 정진 용맹 정진 비 오는 일요일 오후 11시 30분, 신성동에 손님을 내려 드리고 대기차가 두 대 밖에 없어 마지막 손님 태우고 나가자며 줄서기를 했는데 기다리다 졸다 졸다 기다리다 대기차 한 대 남고 기다리다 졸다 드디어 1번이 되었는데 뒤차들은 콜을 받았는지 일을 끝냈는지 한 대 두 대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30
택시 예찬 택시 예찬 삼시 세 때를 정하지 아니하고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개의치 아니하고 사시사철 이십사절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둔갑술과 축지법으로 세상사법을 수련하고 자유자재로 살 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으며 깨우침을 터득 할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30
사고 사고 옆에서 손짓하는 손님을 보고 차를 인도 쪽으로 대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오토바이가 차도로 내려오는 손님을 피하려다 조수석 문짝에 부딪히며 넘어져 타박상과 찰과상을 호소합니다 잘잘못을 따져봐야 약자우선 보호의 판례가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라는 중논 입니다 보험..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8
종일반 종일반 회사는 기사가 부족하고 일을 더해야하는 기사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교대자 없이 운행하게 하는 방법인데 결근 없고 사납금 밀리지 않는 신용을 얻어야 배차를 해줍니다 스물 네 시간 운행이 가능하므로 입금하고 가스 보충하고 밥 사먹고 오만 원을 가져가려면 평균적으로 열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월급 월 급 만근으로 사납금을 완납했습니다 누런 봉투에 두툼한 월급을 받았습니다 성직자의 평균 임금이 백만 원 이하이며 보통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성직자처럼 살면 부족함이 없겠구나 오랫만에 하얀 쌀밥과 삼겹살로 웃음꽃 피는 저녁식사가 마련되..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오후반 오후반 오전반과는 달리 사납금을 맞추고 남은 돈을 가질 수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집을 떠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짝을 찾거나 찾으려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서 종횡무진 동분서주 손님만 있으면 식사를 걸러도 흥이 납니다 전봇대가 사람으로 보이고 얼굴에 기름 올라 번들할 때 쯤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오전반 오전반 새벽 두시에 출근하면 짝꿍은 가스 채우고 세차하고 커피 마시며 오늘 손님 많다 어서 유성 쪽으로 가라 수고 했다 푹 쉬어라 덕담을 나눕니다 어둠과 적막으로 덮인 도시를 헤집고 흔들면 미화원과 새벽 예배 객을 선두로 도시가 서서히 깨어납니다 동이 트기 시작하면 출근길이..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근무수칙 근무 수칙 일주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긴장했던 면접은 "한번 해 보슈" 한마디로 끝났습니다 첫 번째가 안전운행이다 돈 욕심내다 몸 관리하지 않으면 얼마 못가 골병드니 틈틈이 운동을 해라 험한 사람 만나면 대항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고 여자가 접근하면 경계해야 하며 술과 도박은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자격증 자 격 증 시험장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예비 기사들과 기사채용을 위해 찾아온 회사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상존하는 곳이어서 떠들썩하니 활기가 돕니다 난해한 문제 -용전동 고속터미널에서 유성 가는 승객이 탑승했을 때 어떤 도로를 경유해야 하는가- 잠..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일자리 일자리 지천명을 받은 나이에 이런저런 일을 했다지만 체력은 떨어지고 독창성 없고 전문성도 없고 더구나 자본여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자리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하거나 부동산사무실에 출근하여 월급 없이 건수대로 수입을 얻거나 기념..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