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전원생활

중앙운동구상사 2013. 11. 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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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

 

 유행가 가사처럼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텃밭 가꾸고  그네에 앉아

핸드드립한 커피 마시며

 

 음악 듣고 책 읽고

밤에는 모닥불 피워놓고

하늘에 별을 헤아리고

 

 유리창문 크게 달아내

사시사철 음미하며

빗소리  눈 내리는 풍경에

꽃과 신록 낙엽을 감상하고

벽난로에 고구마 구워 먹고

 

 가끔씩 친구들 불러다

참나무 숯불에 삼겹살 파티도 하고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 꿈꾸잖아요

 

 아파트 늘려 가자는 걸

극구 반대하고

전원주택을 구입했어요

집은 오래 되었어도

넓은 잔디밭이 마음에 들대요

도로도 괜찮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배산임수는 아니더라도

아늑하고 포근한 맛도 있고요

 

 우선 직장이랑 아이들

교육문제가 있어서

주말에 이용하다

나중에 이사하기로 했어요

 

 보수공사를 시작했는데

난방 다시하고 유리창 크게 넓히고

도배장판에 전등 바꾸고

담장 걷어내 펜스 치고

흙 채워 잔디 보강하고

 

 에라,  손대는 길에 소나무 심고

정원수다 관상수다

거기에 정자까지 설치하고

그네 놓다 보니

돈 잡아먹는 하마가 됐어요

 

 금요일 저녁에 들어가

일요일 저녁에 나오는데

상추하고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담벼락에 호박 올리고

자꾸 욕심나서 파프리카도 심고했더니

 

 풀매고 돌아서면 풀 난다고

허리 빠지게 일해도 끝이 없어요

사서 고생도 유분수지

한의원에 다니며 침 맞으면서도

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하기사

그게 재미인지도 모르죠

 

 가끔 손님이 찾아오는데

고기 두어 근 사가지고 와서는

불 피우고 밥하고  술 마시고

난리 북새통을 내면서 냉장고 다 털고

공 드려놓은 푸성귀

자기 것처럼 덥석덥석 뜯어 담고

 

  "부럽다,  너무 좋다

 행복하겠다,  고맙다

다음에 다시 오마"

립싱크하고 떠나면

 

 그때부터 설거지며

주변 정리로 하루 보내기 일쑤에요

 

 지난겨울에는 눈이

너무 와서 들어가지 못했더니

수도가 얼어 터지고

변기가 다 깨졌어요

 

 여름에는 해만 떨어지면

산모기 때문에 운신도 못하고

저녁 먹고 나면

적막강산 이예요

 

 낭만을 찾았구나 했다가

도를 닦는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여보, 우리는 전원주택 사지 말고

별장 있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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