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부자 사전

중앙운동구상사 2014. 1. 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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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사전

 

 서대전역 맞은편에서

반짝 시장이  설 때니까
아파트 들어서기 전부터

자전거에 비닐봉투 싣고 다니며

장사를 시작했어요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안 쓰는 것으로
조금씩 돈을 모았지요



 트럭 장만하고

공장에 가서

현금 주고 사다
싸게 파니까

단골도 생기고
도매도 조금씩하고 하니까

힘들어서 그렇지
월급쟁이 부럽지 않았어요


 버는 족족 은행에 넣었는데
그 때만해도 이자 붙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아파트 보급되면서

투기가 시작될 때였는데
행상하는 게 춥고

비 올 때는 너무 힘들어서
내 가게에서 앉아서

장사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아파트상가

분양 광고를 보고

"이거다"

결정했어요

 

 1층보다 지하에 넓게

잡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무리 해서 출입구 쪽으로

30평을 계약했어요


 희망이 생겨서

춥고 배고픈 것도 모르고
악착같이 허리띠를 졸라 맸죠

 

 오픈할 때

처가식구들 다 부르고

계원들도 초대해서 

돼지머리랑 시루떡  놓고

고사 지냈어요

 

 기분 참 좋데요

 

 슈퍼 들어오고 부동산,  잡화점에 빵집,  문구점
인테리어,  도배장판,  분식에 미장원,  학원이 입점하고
입주 시기에 맞물려 거반거반 차는가 싶더니


 한 일년 지나 하나 둘

빠져 나가더니
세는 비싸고 장사들이

시원찮으니까
1층 몇 개 남고 지하는 저만 남았어요

 

 형광등은 켜 놓아야하니까
공동관리비며 시설 유지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간장 태우다 

셔터 내리고

창고로 쓰고 있는데
분양가의 반에 반값에라도

팔렸으면 좋겠어요

 

 아파트 산 사람들은 지금

두 배도 넘게 올랐는데

 

 점포장만했다고

좋아라 했는데
헛고생했어요


 

 "부자는 팔자를 타고 난다"는데
어쩌겠어요
더 열심히 해서

종자돈을 모아봐야지요

 

 오류동에서 둔산으로

노은에서 도안동으로 갈아타면서
부자 된 사람도 많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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