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고려장

중앙운동구상사 2013. 12.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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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장

 

 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가
다행이 조금씩 조금씩

회복 되어서
으즙긴 해도 산책하실

정도로 거동하셨는데


 연세가 있으셔서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가끔씩 대소변을 놓치곤 하시더니
찬바람 불면서 몸져누우시데요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뾰족한 치료 방법도 없고
본인도 집에 오길 원해서

통원치료를 했는데
내부모인데도 병구완하기가
정말 쉽지 않데요

 

 오형제인데도 다들

바쁘고 맞벌이 중이라
만장일치로 매월 얼마씩 추렴하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찾아뵙기로 합의하여
요양병원에 모셨어요


 병원 사무장이나

도우미들이 친절하고 상냥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던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죄스럽고 슬프데요

 

 처음에는 만사 제쳐 놓고
일주일에 두 번씩 꼭 들렸어요
일요일엔 모시고 나와

목욕 시켜드리고 냉면 사드리고
다시 모셔다 드릴 때는 애절했지요


 위독하다는 연락이 오면

온 식구들이 허겁지겁 달려가
중환자실로 모셨다가
회복되면 요양병원으로

다시 모시기를 몇 차례 반복했지요

 

 모임을 가든 회식 자리든

흥이 나질 않고
늘 불안하고 기분이 가라앉아
밤중에 전화벨 소리라도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하여튼 온 가족이 힘들어했어요

 

 차츰 거동이 어려워지고 치매가 심해져
알아보지 못하시는데
잡수는 것은 잘 잡수셔서
얼굴은 저번보다 좋아졌어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본인도 고생이고
아무리 의술이 좋아져도
지금 상태로 시간만 연장될 뿐인데


 그렇게 3년이 훌쩍 지났어요
병원비도 은근히 많이 들어요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
그 말이 남 얘기가 아니에요

 

 

*고려장: 고구려 시대 늙고 병든 부모를
산채로 구덩이 속에 두었다가 죽으면
그 곳에 매장하던 장례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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