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유감
형님이 골프채를
새로 장만했다며
쓰던 골프채를 주셨어요
"시간 날 때 배워둬라
나중이 나이 먹어서
요긴하게 써 먹을 때가 있을 거다"
마누라가 은근히 관심을 보이데요
"우리 골프 배우면 안 될까
말 나왔을 때 시작하자"
마지못해 골프연습장에 등록했어요
새벽 시간이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기도 여의치 않고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려야하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재등록할 때 포기하고
마누라는 오전반으로 시간을
바꿔 열심히 다니데요
"허리 아프다 물집 잡혔다 어깨 좀 주물러라"
힘들어하면서도 집에만 있을 때보다
얼굴이 밝아졌어요
골프 채널 틀어 놓고
잡지 사 나르고
실내 퍼딩기 들여놓고
완전히 신나하데요
얼마나 됐을까
들떠 몰려다니며
*머리 올릴 땐
잔뜩 긴장하더니
"연습한대로 치니까 별거 아니더라"
너무 재미있어 하네요
그래,
취미가 하나는 있어야지
일 년쯤 지나서는 공치러 간다며
새벽에 나가기도 하고
어떤날은 뒤풀이 한다며
늦게 오기도 하고
횟수가 잦아
작정하고 뭐라 했더니
" 바쁘다고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어쩌다 한번
기분전환하고 오는 건데
그걸 가지고 꼬치꼬치
따지고 잔소리하면
기분 좋겠어"
"살림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고
와이셔츠 다림질 꼬박꼬박 해주고
제사나 명절 때 소홀히 한 적 있어
집안 청소를 안 했어
스트레스 풀 데가 있어야 할 거 아냐"
" 야 이 사람아,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는 사람이 어딨어
술 마시고 밤늦게 들어온 게
그렇게 잘한 일이냐"
"당장, 골프 집어쳐라"
"싫으면 어쩔 건데"
넘지말아야할 선을 넘었습니다
쿨하게
도장 찍고
남 얘기처럼
골프코치와
동거한다는소식을 접했어요
여자하고
도자기는
내돌리면 깨진다는 속설
*머리올리다ㅡ 처음 필드에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