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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고위직
공무원이어서
신문에서나
인사이동 사실을 알게 되고
가끔씩 TV에서
인터뷰 하는게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
주위 사람들에게
어릴 때 친한 친구였다고
자랑하곤 했어요
지방 선거 끝나고 나서
아직 정년이 남았을 텐데
퇴직을 하더라고요
귀띔으로 곧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이야기를 흘리데요
묵계가 있었나봐요
동창회 야유회가 계획돼서
“이제 홀가분해 졌으니 같이 어울리자”했더니
“백수라서
시간도 있고 할 일도 없는데
흥이 나지 않고
찬조할 형편도 안 된다“
영 탐탁치 않는 눈치네요
자리에 있을 땐
눈도장 찍으려고
귀찮을 만큼 찾아오고
살갑게 대하고
먹기 싫을 만큼 접대해주고
그냥 지나가는 말만 해도
고개 끄덕이며 동조하던 사람들이
건성 인사하는거 하며
언제 봤냐는듯 한
눈초리에 느끼는 소외감.
더구나 재취업 될 거라는
예상이 어긋나면서
받은 배신감,
주변머리 없이
오직 한 자리만 지켜온 터에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무기력해진 자신이 비참하고
설상가상으로
건강검진에서 중병을 진단 받고
달포 남짓
허무와 분노와 병마와 싸우다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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