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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기골이 장대하지는 않았지만
통뼈라고 할 만큼 힘이 좋아
팔씨름에서 아직까지
자기를 이긴 사람이 없다고
호언장담하곤 했지요
식성이 좋아서
날고기는 물론이고
개구리나 뱀탕을 즐겼고
한여름에는 보신탕을
직접 끓여 먹기도 하고
보리밥을 양푼에 비벼 먹는
대식가이기도 했어요
술 또한
말 술 이어서
권하는 술을
마다하는 법이 없고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한 일행을 추슬러
보내 놓고 귀가하는
보기드믄 체력을 가진 인물이었거든요
송년회식에서
"인생사는 거 욕심내지 말고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니까
새해에도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즐겁게 잘 살자" 말을 보태대요
연말이 되자
술자리도 많아졌고 길어졌어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뭔가 복잡한 문제에 부딪쳤는지
술자리를 계속 이어갔던 모양입니다
멈춤이란 경계를 벗어나
한 잔만 더 라는
술기운에 붙잡혀
한 잔을 더 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의식을 놓치고
창창한 날
아홉수를 넘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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