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아홉수

중앙운동구상사 2015. 2. 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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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수

 

 기골이 장대하지는 않았지만

통뼈라고 할 만큼 힘이 좋아

팔씨름에서 아직까지

자기를 이긴 사람이 없다고

호언장담하곤 했지요

 

 식성이 좋아서 

날고기는 물론이고

개구리나 뱀탕을 즐겼고

한여름에는 보신탕을

직접 끓여 먹기도 하고

보리밥을 양푼에 비벼 먹는

대식가이기도 했어요

 

 술 또한 

말 술 이어서

권하는 술을 

마다하는 법이 없고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한 일행을 추슬러 

보내 놓고 귀가하는

보기드믄 체력을 가진 인물이었거든요

 

 송년회식에서

"인생사는 거 욕심내지 말고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니까

새해에도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즐겁게 잘 살자" 말을 보태대요

 

 연말이 되자

술자리도 많아졌고 길어졌어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뭔가 복잡한 문제에 부딪쳤는지

술자리를 계속 이어갔던 모양입니다

 

 멈춤이란 경계를 벗어나

 

 한 잔만 더 라는

술기운에 붙잡혀

한 잔을 더 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의식을 놓치고

 

 창창한 날

 

 아홉수를 넘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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