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업잇기4
아버지께서
철공일을 하시는데
털털한 성격에다 술 좋아하시고
일이 험해 손에 기름때가 항상 껴있고
단정한 옷차림을 본 적이 드물고요
가족여행이나 문화생활을
함께한 기억은 전무하죠
용접하다 손을 데거나
불통이 튀어서 눈에 맞기도 하고
무거운 것에 발등을 찍거나
높은데서 떨어져
병원 신세를 진적도 수없이 많았고
일 해주고
돈 못 받아서 애간장 태우고
일 없을 땐 멍하니 속앓이 하시고
일 생기면 몸 안 사리고
밤낮으로 미련스럽게
아픈 허리 도닥이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저런 일은 안한다고 다짐했죠
대학 졸업하고
어렵게 취직을 했는데
급료는 적고 일은 너무 많아
정시퇴근이나 5일제 근무는
꿈도 못 꿀 지경이네요
경험 쌓는다고 몇 년을 버텼는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요
애인은 생겼는데
모아놓은 돈은 몇 푼 안 되고
전세 얻어주고
장가 보내주고
지금 받는 월급보다 더 줄 테니
일할 생각 없느냐는 부모님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사표내고
아버지하시는 일을 돕고 있어요
나름대로 전공을 살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설계도면도 그리고 견적도 넣고
인터넷을 사용해서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그래도 손을 움직이고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고
쇠를 깎고 자르고 붙이고하는
거친 일이어서
손에 기름때가 끼기 시작했고
일 끝나면 당연하게 술 마시고……
.
슬슬 아버지를 닮아갑니다
엊그제는
첫애 돌잔치를 했어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