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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맨손으로 족발장사
시작해서 십년동안
진짜 하루도 문 안닫고
새벽 2시까지 배달했어요
안 쓰고 안 입고
안 먹고 안 쉬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죠
꽁꽁 모아둔 돈
탈탈 털어 사거리
목 좋은 곳에
48평짜리 아파트를 샀어요
돈 된다하데요
시장 사람들
다들 부러워했죠
"시장에서 용 났다" "갑부 됐다"
가전제품 싹 다
바꾸고 돌침대 들이고
커텐까지 달아 놓고 나니
든든하고 괜히 으쓱해지고
이런 게 돈 재미구나 싶데요
일하다가도
괜히 집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학교 다닐 때 수학
백점 맞은 것보다
더 기분 좋데요
야간 배달
직원도 두고
그동안 고생한 거
보상 받나 싶었는데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어요
세금에 관리비 은행이자
애들 학원비에
안 나가던 인건비까지
적자가 너무 커져
대책이 안 서는데
와이프가 그동안
골병든 게 터졌어요
자궁 들어내고
무릎 관절에 목 디스크, 두통까지
멀쩡한 데가 없어
일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 때만해도
아파트값이 괜찮아 버티고
버티다 팔았는데
그동안 진 빚에 은행 대출
갚고 나니 결국 원점이네요
지금은 족발 삶는
재미가 없어요
장사도 그전보다 훨씬 못하고
이제 그런 돈 못 만져 봐요
돈 쥐고 떵떵 거리며
돈 빌리러 오는 사람에게
껄껄거리며
위세 떨 때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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