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하우스 푸어

중앙운동구상사 2013. 6. 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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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맨손으로 족발장사

시작해서 십년동안

진짜  하루도 문 안닫고   

새벽 2시까지 배달했어요

 

 안 쓰고 안 입고

안 먹고 안 쉬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죠

 

 꽁꽁 모아둔 돈

탈탈 털어 사거리

목 좋은 곳에

48평짜리 아파트를 샀어요

 

 돈 된다하데요

 

 시장 사람들

다들 부러워했죠

"시장에서 용 났다"  "갑부 됐다"

 

 가전제품 싹 다

바꾸고 돌침대 들이고

커텐까지 달아 놓고 나니

든든하고 괜히 으쓱해지고

이런 게 돈 재미구나 싶데요

 

 일하다가도

괜히 집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학교 다닐 때 수학

백점 맞은 것보다

더 기분 좋데요

 

 야간 배달

직원도 두고

그동안 고생한 거

보상 받나 싶었는데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어요

 

 세금에 관리비  은행이자

애들 학원비에

안 나가던 인건비까지

적자가 너무 커져

대책이 안 서는데

 

 와이프가 그동안

골병든 게 터졌어요

자궁 들어내고

무릎 관절에 목 디스크, 두통까지

멀쩡한 데가 없어

일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 때만해도

아파트값이 괜찮아 버티고

버티다 팔았는데

그동안 진 빚에 은행 대출

갚고 나니 결국 원점이네요

 

 지금은 족발 삶는

재미가 없어요

장사도 그전보다 훨씬 못하고

이제 그런 돈 못 만져 봐요

 

 돈 쥐고 떵떵 거리며

돈 빌리러 오는 사람에게

껄껄거리며

위세 떨 때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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