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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맨(shutter men)
재혼을 했어요
첫 번째 실패원인은
제가 돈을 버는 바람에
신랑이 건달이 돼버렸어요
직장 구할 생각도 안하고
몇 번 들어먹었는데도
사업 밑천 안 해준다고
서운해 하고
술은 잘 안 마시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치며
용돈 더 타갈 궁리나 하고
겨우 출퇴근 시켜주고
집안 살림 조금
도와주는 걸로 위세 떨고
그 판국에 여자 만나다 들켜서
결국 헤어졌어요
지금 신랑은 연하인데
너무 잘해줘서 정말 좋아요
그냥 뭐든지 해주고 싶고
같이 있으면 편해요
그런데 전 남편과
똑같은 전철을 밟는 거예요
돈 조금 벌더라도
직장 끝까지 다닌다는 것이
결혼 조건이었는데
회사가 잘못되어 그만두고
휴대폰 매장 냈는데
별 재미없다고 손 털고
당구장이나 커피숍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더니
내 눈치를 슬슬 보는 거예요
그게 한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시시한 건 거들떠도 안보고
자기도 괴롭겠지요
어떻게 해야
가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에요
제가 돈을 벌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 중이에요
이번에 또 실패보면
고개 들고 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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