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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
차일피일 미루던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대장 내시경을 준비하느라
하루 전부터 밥 굶고
밍밍하니 비위 틀리는
약을 물에 타
500cc씩 8잔을 마시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그것 참 고역이데요
대장검사에서
용종 하나 제거 하고
혈압 당료는 괜찮고
피도 깨끗한데
머리 찍은 CT에서
뇌종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와
MRI 촬영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순간,
올게 왔구나
정신이 몽롱해지대요
얼마 전에 친구 하나가
검진 중에 간암 판정 받고
투병하다가
세상을 떴거든요
할 일이 태산인데
이제 접어야겠구나
사업정리하고
보험금 수령해서
치료 받기 전에 내색하지 말고
보고 싶은 사람 찾아가 만나보고
기약 없이 여행 떠나
한 바퀴 돌아보자 마음 정했더니
담담해지데요
다 컸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우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눈만 뜨면 투닥이던
마누라에게도 미안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이
뭐였더라 더듬다가
유서라도 남겨야하는 거
아닌가싶다가도
그도 저도 다
부질없단 생각 들고
그나마
죽기 전에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주어져
다행이구나
MRI 판독 결과 뇌수가
밀려나왔거나 혈관
기형으로 의심되며
종양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판정하시데요
누구나 죽잖아요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미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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