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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2
공직이라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국가에서
주는 녹을 먹다 퇴직하고
사촌 쪽으로 돼지갈비
도매하는 지인이 있어
식당을 하게 되었어요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시설도 깨끗했고
가격과 맛이 괜찮았는지
제법 손님이 찾아들데요
주방 한 명 두고
처는 서빙과 계산 맡고
저는 불 당번에 잡일을 했는데
긴장했던 것과
달리 수입도 괜찮았어요
단골도 하나 둘 생기고
저녁에 회식하러들 와서
허물없어지니까
권하는 술 한 잔씩 받아
마시게 되더라구요
술들을 마셔야 매상이 오르잖아요
손님 없는 날 생각지도 않던
회식 팀이라도 오면
와이프가 더 반가워하며
손님을 맞이하는데
아예, 주저앉아 술잔
돌리며 농하는 겁니다
이해 못할 것도 아니고
그냥그냥 모른 척 하곤 했는데
한날은 주방이 안 나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주는 술 마다않고
넙죽넙죽 받아먹네요
그때부터는 부아가 치밀어
어쩔 줄 모르겠데요
제가 그만두고 따로
사람 고용할 처지도 아니고
자꾸 눈 치주니까
손님들이 불편해하고
손님들이야
제 돈 내고 먹는 건데
불편하면 다시 오겠어요
잔소리 자꾸 하니까
마누라도
"누군 하고싶어 하냐"
짜증내네요
결국 티격태격하다
다시는 같이
일 안하기로 하고
권리금 조금 받고 넘겼어요
서로 못볼걸 본것처럼
둘 사이만 은근히 멀어졌어요
이젠 뭘해서 먹고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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