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살아남기 2

중앙운동구상사 2013. 10. 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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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2

 

 공직이라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국가에서

주는 녹을 먹다 퇴직하고

사촌 쪽으로 돼지갈비

도매하는 지인이 있어

식당을 하게 되었어요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시설도 깨끗했고

가격과 맛이 괜찮았는지

제법 손님이 찾아들데요

 

 주방 한 명 두고

처는 서빙과 계산 맡고

저는 불 당번에 잡일을 했는데

긴장했던 것과

달리 수입도 괜찮았어요

 

 단골도 하나 둘 생기고

저녁에 회식하러들 와서

허물없어지니까

권하는 술 한 잔씩 받아

마시게 되더라구요

술들을 마셔야 매상이 오르잖아요

 

 손님 없는 날 생각지도 않던

회식 팀이라도 오면

와이프가 더 반가워하며

손님을 맞이하는데

아예, 주저앉아 술잔

돌리며 농하는 겁니다

 

 이해 못할 것도 아니고

그냥그냥 모른 척 하곤 했는데

한날은 주방이 안 나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주는 술 마다않고

넙죽넙죽 받아먹네요

 

 그때부터는 부아가 치밀어

어쩔 줄 모르겠데요

 

 제가 그만두고 따로

사람 고용할 처지도 아니고

 

 자꾸 눈 치주니까

손님들이 불편해하고

손님들이야

제 돈 내고 먹는 건데

불편하면 다시 오겠어요

 

 잔소리 자꾸 하니까

마누라도

"누군 하고싶어 하냐"

짜증내네요

 

결국 티격태격하다

 

 다시는 같이

일 안하기로 하고

권리금 조금 받고 넘겼어요

 

 서로 못볼걸  본것처럼

둘 사이만 은근히 멀어졌어요

 

 

이젠 뭘해서 먹고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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