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애물단지

중앙운동구상사 2013. 9. 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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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퇴직금 받았을 때 만해도

원룸이 대세인지라

은행돈 끼고

신축원룸 한 채 구입했지

 

 몇 해는 그냥그냥

세 받아 이자 물고

생활비 얻어 썼는데

주차공간이 적고 시설이 낡아지니까

월세는 떨어지고 공실이 늘어나고

어려운 사람들만 들어오는 거야

 

 애 딸린 여자,  업소 종사자

막일 하는 사람,

나이 들어 동거하는 자,

맨 그래

 

 201호가 채광 좋고

구조가 좋아 잘 나가는 방인데

세든 년이 도망을 다니는지

문 잠가 놓고 소식이 불통인거야

 

 어쩌다 통화되면

바로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며

겨우 한 달 치 보내고,

그렇게 일 년 넘게 미루다보니

보증금 다 까먹고

월세에 관리비가

백만 원도 넘게 밀렸어

 

 통화는 안 되고

법적으로 하려니 비용도 들지만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얼마나 속이 터졌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열불이 나

 

 이삿짐 차를 보낼테니

문 열어주라네

그 벼락 맞을 년이

50만원에 쇼당을 치네

 

 안 된다

냉장고랑 TV라도

놓고 가라 했더니

 

 그러면 다음에 연락한다 고

공갈을 놓네

 

 "나쁜 년"

 

 어쩌겠어 방 빼고

세 놓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야간에 도망가는 놈  술쳐먹고 달려드는 놈  

기물 파손하는 놈  돈 꿔달라는 년놈도 있고

 

 편안한 노후는커녕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평생 애물단지로

껴안고 살 팔자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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