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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퇴직금 받았을 때 만해도
원룸이 대세인지라
은행돈 끼고
신축원룸 한 채 구입했지
몇 해는 그냥그냥
세 받아 이자 물고
생활비 얻어 썼는데
주차공간이 적고 시설이 낡아지니까
월세는 떨어지고 공실이 늘어나고
어려운 사람들만 들어오는 거야
애 딸린 여자, 업소 종사자
막일 하는 사람,
나이 들어 동거하는 자,
맨 그래
201호가 채광 좋고
구조가 좋아 잘 나가는 방인데
세든 년이 도망을 다니는지
문 잠가 놓고 소식이 불통인거야
어쩌다 통화되면
바로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며
겨우 한 달 치 보내고,
그렇게 일 년 넘게 미루다보니
보증금 다 까먹고
월세에 관리비가
백만 원도 넘게 밀렸어
통화는 안 되고
법적으로 하려니 비용도 들지만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얼마나 속이 터졌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열불이 나
이삿짐 차를 보낼테니
문 열어주라네
그 벼락 맞을 년이
50만원에 쇼당을 치네
안 된다
냉장고랑 TV라도
놓고 가라 했더니
그러면 다음에 연락한다 고
공갈을 놓네
"나쁜 년"
어쩌겠어 방 빼고
세 놓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야간에 도망가는 놈 술쳐먹고 달려드는 놈
기물 파손하는 놈 돈 꿔달라는 년놈도 있고
편안한 노후는커녕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평생 애물단지로
껴안고 살 팔자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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