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베스트 드라이버

중앙운동구상사 2017. 6. 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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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드라이버

 

 

 어릴 때부터

대한통운 조수 타다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젊었을 때는

택시를 몰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출퇴근 버스를 끌었거든

 

 퇴직하고는

학원지입차로 들어가

학생들 실어날르고

공휴일 땐

결혼식장이나 여행손님을 태우고

장거리를 뛰었고

 

 평생 운전수로 살아서

질릴만도한데

운전 할 때 만큼은

자신도 있고 힘이 난다니까

 

 나이들어서 봉고차로 바꿔

인력회사 인부들 새벽 출근시키며

소일거리했는데

하루 한탕이든 두탕이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거지

 

 칠순 타먹고

얼마 안되

고스톱을 치다

힘 없이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며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혈압이 높은 것 빼고

오장육부는 깨끗한데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날벼락 같은 소리를 하네

 

 의사 말이라 

켕기기는 했지만

운전을 계속 했지

그러다가 저번 같은 증상이 와서

병원을 갔고

 

 자식들이 펄쩍 뛰며

사고라도 나면 어쩔거냐

용돈 더 드릴테니

자동차를 처분하라는거야

 

 완강히 거부하고

고심끝에 팔기로 

흥정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켜 

동네 한바퀴 돌았는데

눈물이 찔끔나더라구

 

 인생이 

끝난 것처럼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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