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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드라이버
어릴 때부터
대한통운 조수 타다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젊었을 때는
택시를 몰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출퇴근 버스를 끌었거든
퇴직하고는
학원지입차로 들어가
학생들 실어날르고
공휴일 땐
결혼식장이나 여행손님을 태우고
장거리를 뛰었고
평생 운전수로 살아서
질릴만도한데
운전 할 때 만큼은
자신도 있고 힘이 난다니까
나이들어서 봉고차로 바꿔
인력회사 인부들 새벽 출근시키며
소일거리했는데
하루 한탕이든 두탕이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거지
칠순 타먹고
얼마 안되
고스톱을 치다
힘 없이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며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혈압이 높은 것 빼고
오장육부는 깨끗한데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날벼락 같은 소리를 하네
의사 말이라
켕기기는 했지만
운전을 계속 했지
그러다가 저번 같은 증상이 와서
병원을 갔고
자식들이 펄쩍 뛰며
사고라도 나면 어쩔거냐
용돈 더 드릴테니
자동차를 처분하라는거야
완강히 거부하고
고심끝에 팔기로
흥정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켜
동네 한바퀴 돌았는데
눈물이 찔끔나더라구
인생이
끝난 것처럼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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