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병이 들병이 이른 아침 술이 덜 깬 채 연신 통화 중입니다 니가 알잖아 그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래서 한 보름 쉬었더니 엉망진창이다 방값에 차 할부에 카드 값에 전화요금까지 밀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어쩌겠냐 정신차려야지 어제부터 일 시작했다 .. [사람사는이야기] 2012.12.03
의처증 의처증 누구에게나 동물적 감각이 있습니다 심증은 백프론데 확증이 없습니다 흥신소는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신분이 노출되고 개네들이 장난칠 수도 있어서 직접 나섰습니다 불륜 사실을 확인하면 위자료 없이 이혼하려고 합니다 워낙 용의주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 웬만해.. [사람사는이야기] 2012.12.03
응급 수송 응급 수송 빨리 좀 가 주세요. 얘가 출산 예정일이 아직 남았는데 산기가 있어요. 어~어 이거 어떡하죠? 이슬이 비치는 걸요. 급해서 그러니 빨리 좀 가주세요. 어휴 지난번에 실패를 봐서 이번에는 제왕절개로 낳으려고 했는데 어어, 어떻게 어떡해 양수가 터진 거 같아요. 얘야, 얘야 그.. [사람사는이야기] 2012.12.03
용맹 정진 용맹 정진 비 오는 일요일 오후 11시 30분, 신성동에 손님을 내려 드리고 대기차가 두 대 밖에 없어 마지막 손님 태우고 나가자며 줄서기를 했는데 기다리다 졸다 졸다 기다리다 대기차 한 대 남고 기다리다 졸다 드디어 1번이 되었는데 뒤차들은 콜을 받았는지 일을 끝냈는지 한 대 두 대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30
택시 예찬 택시 예찬 삼시 세 때를 정하지 아니하고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개의치 아니하고 사시사철 이십사절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둔갑술과 축지법으로 세상사법을 수련하고 자유자재로 살 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으며 깨우침을 터득 할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30
사고 사고 옆에서 손짓하는 손님을 보고 차를 인도 쪽으로 대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오토바이가 차도로 내려오는 손님을 피하려다 조수석 문짝에 부딪히며 넘어져 타박상과 찰과상을 호소합니다 잘잘못을 따져봐야 약자우선 보호의 판례가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라는 중논 입니다 보험..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8
종일반 종일반 회사는 기사가 부족하고 일을 더해야하는 기사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교대자 없이 운행하게 하는 방법인데 결근 없고 사납금 밀리지 않는 신용을 얻어야 배차를 해줍니다 스물 네 시간 운행이 가능하므로 입금하고 가스 보충하고 밥 사먹고 오만 원을 가져가려면 평균적으로 열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월급 월 급 만근으로 사납금을 완납했습니다 누런 봉투에 두툼한 월급을 받았습니다 성직자의 평균 임금이 백만 원 이하이며 보통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성직자처럼 살면 부족함이 없겠구나 오랫만에 하얀 쌀밥과 삼겹살로 웃음꽃 피는 저녁식사가 마련되..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오후반 오후반 오전반과는 달리 사납금을 맞추고 남은 돈을 가질 수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집을 떠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짝을 찾거나 찾으려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서 종횡무진 동분서주 손님만 있으면 식사를 걸러도 흥이 납니다 전봇대가 사람으로 보이고 얼굴에 기름 올라 번들할 때 쯤 ..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
오전반 오전반 새벽 두시에 출근하면 짝꿍은 가스 채우고 세차하고 커피 마시며 오늘 손님 많다 어서 유성 쪽으로 가라 수고 했다 푹 쉬어라 덕담을 나눕니다 어둠과 적막으로 덮인 도시를 헤집고 흔들면 미화원과 새벽 예배 객을 선두로 도시가 서서히 깨어납니다 동이 트기 시작하면 출근길이.. [사람사는이야기] 201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