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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무척이나 촌스럽고
우직한 편인데
예쁘고 센스있는
와이프 만난 덕에
가정도 화목하고
집안간에도 잡음없이
원만하게 이끌 수 있었어요
중매 연애를 했는데
프로포즈할 때
"끝까지 지켜줄게"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기억이 생생하네요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지만
강단이 있고
관리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오십 중반을 넘어서
시름시름 병치레 하더니
암 진단을 받았어요
직장도 조기 퇴직하고
풀코스를 스무 차례 넘게
완주했던 마라톤도 접고
밥만 있어도 안주삼아 먹던
술도 끊고
완치 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병구완에 매달렸어요
병원 치료는 물론
눈동냥, 귀동냥, 인터넷 뒤지며
건강식품부터 민간요법,
운동기구, 반신욕기, 힐링센터까지
할 수 있는 것
다 했어요
비용도 많이 들어
아파트 팔고 전세로 옮겼고
육년을 수발했는데
결국 끈을 놓았어요
임종 때
"여보, 고마워, 사랑해"
한마디 남기고,,,
저 또한 길을 잃고
슬픔과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몸도 많이 상했어요
세월이 지난 지금도
꼭 돌아올 것 같고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쓰던 물건,
칫솔, 치약,
먹던 약봉지 하나까지
눈에 밟혀
버리질 못하고 있어요
보내야지요
떠나 보내야지요
고통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으로 보내드려야지요
함께 했던 공간과
시간과 사랑을
이제는 정리해야죠
모든 걸 버리고
이삿날을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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