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순애보

중앙운동구상사 2017. 4. 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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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애보


 무척이나 촌스럽고

우직한 편인데

예쁘고 센스있는

와이프 만난 덕에

가정도 화목하고

집안간에도 잡음없이

원만하게 이끌 수 있었어요


 중매 연애를 했는데

프로포즈할 때

"끝까지 지켜줄게"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기억이 생생하네요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지만

강단이 있고

관리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오십 중반을 넘어서

시름시름 병치레 하더니

암 진단을 받았어요


 직장도 조기 퇴직하고

풀코스를 스무 차례 넘게

완주했던 마라톤도 접고

밥만 있어도 안주삼아 먹던

술도 끊고

완치 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병구완에 매달렸어요


 병원 치료는 물론

눈동냥, 귀동냥, 인터넷 뒤지며

건강식품부터 민간요법,

운동기구, 반신욕기, 힐링센터까지

할 수 있는 것

다 했어요


 비용도 많이 들어

아파트 팔고 전세로 옮겼고

육년을 수발했는데

결국 끈을 놓았어요


 임종 때

"여보, 고마워, 사랑해"

한마디 남기고,,,


 저 또한 길을 잃고

슬픔과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몸도 많이 상했어요


 세월이 지난 지금도

꼭 돌아올 것 같고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쓰던 물건,

칫솔, 치약,

먹던 약봉지 하나까지

눈에 밟혀

버리질 못하고 있어요


 보내야지요

떠나 보내야지요

고통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으로 보내드려야지요


 함께 했던 공간과

시간과 사랑을

이제는 정리해야죠


 모든 걸 버리고

이삿날을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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