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장땡

중앙운동구상사 2020. 7. 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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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땡

 

 젊었을 때

사업에 눈을 떠

도서 총판을 했거든

직원들 여럿두고 제법 잘 나갔지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장땡이잖아

사교 춤도 추고 기마이 좀 쓰면

어딜가도 인기가 좋았어

 

 그 재미로

밖으로 나돌아 다녔으니

마누라야 속이 터졌겠지

진작부터 거리두고 살다

애들 보육비랑 위자금 주고

헤어졌어

 

 젊은 여자 만나서

십수년 살았는데

나이들고 사업 정리했더니

맨날 돈 타령에

찡얼거리고

나중에는 홀대하고 구박까지 해서

살던 집 주고 나와버렸어

 

 오년째 혼자 사는 데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더니

거동하기가 불편해져

식당에도 가기 힘들고

된장찌개 끓여 놓고

내내 먹는 거지

 

 생활보호사 오는 날에는

부축 받아 병원에 갔다 오는데

수명이야 타고 난거니까

때가 되면 갈테지만

건강이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네

 

 아들하고

손자 전화 번호는 

저장되었는데

지들 버리고간 애비한테

뭔 정이 있겠어

통화 해봐야 안부하고 끝이야

 

 죽기 전에 

한번은 오겠지

아직 돈을 조금 쥐고 있거든

 

 

장땡을 잡던 장땡을 잡으려 하던 세월은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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