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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
살다보면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푸념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은
환갑이 훌쩍 넘어서자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서운하고 억울하던 기억은 대충 잊고
주어진 연금으로 생활이 유지가 되니까
행복이란
단어를 가끔 써 먹곤 하네요
신랑하고도
굳이 싸울 일 만들지 아니하고
각자 취미생활하면서
시간나면 산책하고 맛 집 다니고
어디든 좋은 곳이 소개되면
언제든지 여행 떠날 준비가 되어있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는 기분이 들어요
맞벌이 하던 아들네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주를 보게 되었어요
작명소에 가서 이름도 지어주고
똑 닮은 모습을보면
기쁘고 감격스럽네요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하고
한동안 도우미 아주머니가 돌봐줬는데
며느리가 출근하면서
유아원에 보낼 수 도 없고
남에게 맡기기도 부담스럽고
다른 방법이 없는 거에요
백일이 지나
분유랑 기저귀 싸들고 데려와
24시간 밀착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화장실에 갈 틈도 없네요
잠투정이 심해
안고 업고 달래야지
밤 중에도 몇차례 깨어나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목욕 시켜야지 병원 가야지
귀엽고 예쁘긴 한데 정신을 쏙 빼 놓네요
여성회관 다니며 즐기던
시낭송에 교양강좌도 포기하고
친목모임도 줄여가며
2년넘게 육아에 전념했는데
둘째가 생겼다는 희소식이 날라왔어요
아 ~
내 인생의 봄날이 이렇게 지나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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