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여성상위시대 2

중앙운동구상사 2018. 10. 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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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상위시대 2


 나이 더 먹기 전에

대청봉에 가보자는 계획이

차일피일 미루어졌는데

운 좋게 대피소가 예약되는 바람에

단풍이 내려앉은 설악산을

등반하게 되었어요


 백담사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수렴동 계곡을 지나

깔딱 고개를 넘어서니

봉정암이 지키고 계시네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두리번거리며

단풍과 운해와 노을에 빠져듭니다


 소청산장에는

산신령을 위한 제식인지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자리 배정을 받았는데

나이트 클럽처럼

여성 비율이 높고

군대식 침상에 

도서관식 나무 칸막이가 전부여서

낯선 여자들 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긴 밤을 보냈어요


 "산 사나이 마음" 노래를 부르며

텐트를 짊어지고

산에 오르던 시절에는

전문 산 꾼이 아니면

흉내도 못 내던 종주길을

여성 산악인이 

훨씬 많아진 

변화에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인생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대청봉 일출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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